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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6-24 17:48
[언론기사] [오마이뉴스] [기획- 메콩의 햇빛⑪] 라오스 재생가능에너지 교육훈련 프로그램 참관기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9,394  

시골학교 교사들이 태양광에 집착하는 이유

[기획- 메콩의 햇빛⑪] 라오스 재생가능에너지 교육훈련 프로그램 참관기


오마이뉴스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착한여행과 함께 라오스 산간학교에 햇빛발전을 지원하는 공동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2009년부터 꾸준히 라오스 산간학교에 태양광을 지원해 주고 있습니다. 특히 소수민족이 사는 메콩강 유역 산간 학교 학생들은 하루에 10km이상 걸어서 학교에 가기도 합니다. 이들 산간학교 기숙사에 지원되는 태양광 시스템은 아이들이 안정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줍니다. 라오스 산간학교 아이들과 함께 만드는 햇볕발전 이야기에 오마이뉴스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태양광패널을 설치한 산골학교 선생님들이 모였다. 고운 말씨의 싸나싸이 중학교 선생님, 심하게 쉰 목소리 후와이찓 중학교 선생님, 조용한 푸뚜이 중학교 선생님, 축구광 꾸왕캄 중학교 선생님, '투덜투덜' 반꺼 중학교 선생님. 2009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가 에너지정치센터였던 시절부터 태양광발전기를 지원해온 5개 라오스 산골 중학교 선생님들이 2013년 5월 27일부터 싸이냐부리 직업학교에 모두 모였다. 2주 동안 연구소가 진행하는 재생가능에너지 교육과 태양광발전기·초소수력발전기 설치와 관리를 위한 훈련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산골학교 선생님들이 모인 이유 

 "어, 아짠. 집안에 무슨 일이 있어요?"

비교적 읍내에서 가깝다는(그래도 우기에는 3시간 이상 걸린다) 이유로 태양광발전기 설치와 직접적인 관계 없이도 자주 찾아가 만났던 축구광 꾸왕캄 중학교 교장선생님이 삭발을 했다. 라오스에서 남자들이 삭발을 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긴 하다. 요즘은 많이 줄었지만 라오스에서 남자라면 생애 일정 기간을 출가해 불법을 공부하는 게 전통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관습을 따르지 않는 이들도 많지만 이런 특별한 의지와 상관없이 가족 중에 누가 돌아가시거나 심하게 편찮으시면 또 역시 남자 가족들이 삭발을 하게 된다. 그래서 물었던 거다.

"아니, 그저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하려고요."

  완전 몰입해 공부하고 있는 싸이냐부리 직업학교 선생님과 학생들. 그리고 5개 산골학교 선생님들
ⓒ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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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에 좀 편찮으신 분이 있기는 한데 그것 때문은 아니고 맑고 정갈하게 지내고 싶어 깎았단다. 빡빡머리가 참 잘 어울린다고 칭찬하니 아짠은 씻기도 좋고 정신도 좋아지는데 햇볕에 머리통이 더워지는 게 문제라며 아직 파르스름하게 자리만 남은 눈썹으로 동그랗게 웃었다.     

그래도… 역시 처음 태양광발전기 지원활동을 시작할 때, 그땐 학생인지 교사인지 구분할 수 없게 어려만 보였던 붉은 큰 점 선생님과 4년 전 햇병아리 교사에서 이젠 어엿한 교장이 된(라오스에서도 오지의 산골학교로는 파견을 꺼려 대부분 초짜의 젊은 선생님들이 부임하게 되고 따라서 교장 역시 아주 젊은 선생님들이 맡게 된다) 두 분 싸나싸이 중학교 선생님을 읍내에서 보는 감회가 제일로 새롭다. 

라오스 산골학교에 태양광발전기를 지원하는 일은 싸이냐부리 읍내 중학교 학생들까지 쌀 한 봉지씩의 정성을 모아 돕고자 했던 반싸멛(싸멛 마을. 캄보디아나 타이에서 이동해 왔을 것으로 여겨지는 소수민족 빠이(Prai)족이 거주하는 고산지대. 2009년 당시 우리나라 군 정도의 구역에 중학교로는 싸나싸이 학교가 유일했다.)에서 시작되었다. 그날 칼바람이 스며서 더욱 코끝이 시렸던 산꼭대기 마을회관에 지친 몸을 누위며 생각했다. 라오스 사람들의 이 소중한 연대의식을 이렇게 나혼자 찡하게 느끼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은가?

라오스 산골학교 태양광발전기의 탄생

다음날 아침 싸나싸이 중학교 교장선생님께 물었다. 

"이불 말고 학용품 말고 진짜 여기 학교에 필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세요?" 

선생님은 두 번도 생각 않고 전깃불을 켤 수 있는 발전기라고 말했다. 물론 그때 선생님이 생각했던 발전기가 태양광발전기였던 것은 아니다. 이미 학교에는 디젤발전기가 한 대 있었다. 우리가 묵었던 마을회관에도 어젯밤 그야말로 구원의 빛과 같았던 발전기 한 대가 있었고. 디젤발전기는 마을에 오직 두 대밖에 없는, 마을의 공동의 행사나 학교에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만 쓰는, 그 천둥 같은 소음과 비싼 기름 값에도 불구하고 고작 저녁 두어 시간이나마 그 소중한 빛을 밝혀주는 정말 귀하고 귀한 것이었다. 그런데 학교의 한 대가 그만 고장이 나 쓰지 못하게 된 것이다. 

서울로 돌아와 생각했다. 어떻게 디젤발전기를 지원할 돈을 모을 것인가. 그런데 에너지정치센터가 나에게 다른 생각들을 하게 만들었다. 정말 디젤발전기가 필요한 거 맞아? 디젤발전기가 거기서 지속가능해?             
  

  2010년 3월 라오스 싸이냐부리 싸나싸이 중학교 기숙사에 설치한 태양광패널.
ⓒ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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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17개 도(道) 가운데서 싸이냐부리 도는 2007년 연소득이 400달러가 안 되는 빈곤한 곳이다. 싸이냐부리 읍내에서도 8시간여를 사륜구동 차량을 타고 더 들어와야 하는 여기는 라오스어를 외국어처럼 배워야 하는, 화폐소득이 거의 없는 고산족들이 주로 거주하는 곳이다. 그래도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최빈국답지 않게 최소한 마을에 초등학교 1개소는 둔다는 라오스 정부의 훌륭한 정책 덕분에 대나무로 지은 교실 한 칸짜리라도 초등학교는 드물지 않게 있다. 그리고 그런 작은 마을들 가운데 있는 좀 큰 마을, 싸멛 마을 같은 곳에는 100여 명이 넘게 다니는 중학교가 하나씩 있다.(2012년에 4개로 늘었다.)

그러나 이렇게 중학교가 드문드문 있는 탓에 학생들의 등하교는 거의 고행에 가까운 일이 되고 만다. 제일 가까운 마을이라도 통학하는데 온전히 걸어서 두세 시간이 걸리고 조금 떨어져 있는 곳은 네다섯 시간, 심지어 열두 시간이 넘는 곳에서 오는 학생도 많다. 그러면 아침에 해가 뜨자마자 집을 출발해서 저녁에야 학교에 닿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낮에는 사막처럼 뜨겁고 어스름할 땐 춥기까지 한 산길을 무거운 짐 가방을 메고 오르내리는 새까맣게 탄 얼굴의 학생들이 보인다.

그래서 매일의 통학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중학교에는 기숙사가 있다. 이름이 그럴듯해 기숙사지, 허름하기 이를 데 없는 판잣집이다. 산꼭대기에는 물이 있을 리 없고 그래서 씻을 곳도 화장실도 없이, 학생들이 알아서 지어먹는 끼니를 위해 달랑 아궁이 하나가 다인, 겨우 두세 칸 기숙사에 몇 십 명 학생이 기거한다. 학교 기숙사지만 책걸상은 호사고 침대도 없다. 밤 추위를 막기 위한 낡은 이불 외엔 아무런 가구도 집기도 없다. 설사 뭔가 있다 해도 여기선 공부를 할 수 없다. 해가 지면 산골학교엔 완전한 암흑. 별빛과 달빛 외에는 아무런 빛이 없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발전(發電), 지속가능한 발전(發展)  

그래서 여기에 발전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여기는 라오스에서도 산골짜기. 돈이 넉넉할 리 없다. 석유 1리터를 사는 값도 만만치 않은데다, 그것을 사러 읍내를 가기 위해 드는 기름 값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형국을 만든다. 지구적으로 환경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빈곤문제 때문에라도 라오스에서는 재생가능에너지가 중요해진다. 

더욱 외부의 계속적인 지원에 의지하지 않는 발전수단이 필요하다. 지속가능성이 핵심인 재생가능에너지, 그래서 당연히 싸이냐부리 지역 정부들도 재생가능에너지 보급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지역 주민들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뿐만 아니라 그들 자신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에 단순히 발전기를 지원 보급하는 것만이 아니라 재생가능에너지 관련 교육훈련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먼저 제기 했던 것도 바로 이들, 여기 주민들이었다. 우리는 그저 최소한 기숙사가 있는 학교에 태양광발전기를 지원하고, 이를 자체적으로 설치하고 관리하고 수리하고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이들의 생각들이 확대하고 심화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훈련하는 데 다소의 정성만 기울이면 그만이 것이다. 

이번 재생가능에너지 일반과정 교육훈련 대상은 총 20명이다. 태양광발전기가 설치된 산골학교에서 두 분씩 오신 열 분의 선생님들 외에도 실제로 태양광발전기와 초소수력발전기(메콩으로 이어지는 수천 수백의 냇물과 작은 강들에서 라오스 사람들은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초소수력발전기들을 많이 쓰고 있다)를 안정적이고 안전하게 설치까지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새로이 선정한 싸이냐부리 직업학교 전기과 교사들과 특별히 선발된 학생들을 포함해서다.(직업학교 교사와 학생들은 그후 심화과정까지 참여하게 된다)

  궁금한 것이 많아서 가장 열심이었던 투덜이 바꺼 중학교 교장선생님. 수료증을 받는 순간까지도 표정은 여전히 퉁명스럽다.
ⓒ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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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분 산골학교 선생님들은 이들 전기과 우등생들은 물론이고 그들을 가르치는 전기과 선생님들보다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이해가 빨랐다. 시큰둥한 표정이면서도 질문도 집요하고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한 투덜이 반꺼 중학교 선생님이 무난하게 1등 상금(라오스에서 성적으로 등급을 매겨 상을 주는 일은 없다. 다만 우리의 한국식 생각으로 금전적 자극이 학습의욕을 높이는데 혹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사업예산에는 없는 상금을 쌈짓돈으로 만들어 시상했다)을 받았다. 역시 절실한 필요와 생활에서의 접촉이 진짜 교육효과를 발휘한다. 

이 열 분 산골학교 선생님들은 이 과정을 마치고 각각의 학교로 돌아간다. 매일 태양광패널을 보면서 생활하고 있는 산골학교 학생들에게 저 태양광발전기가 무엇인지, 재생가능에너지가 무엇인지를 가르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우리 5개 산골학교 학생들은 이들 열 분 선생님들만큼이나 쉽고 분명하게 그 의미를 알 수 있겠지. 그러면 또 혹시 멀지 않은 미래에 그 학생들이, 나아가 주민들이 자기 마을들의 발전을 위한 다른 방도로서 재생에너지를 선택할 수도 있지 않을까?     
   

라오스 국영신문, ECPI 태양광 설치 교육 소개
  6월 3일자 <위양짠 타임스>에 실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관련 기사.
ⓒ 위양짠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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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국영신문인 <위양짠 타임스(Vientiane Times)>에  한국의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이하 ECPI)가 싸이냐부리도 직업학교에서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한 5개 산골학교의 교사와 직업학교 학생 등 20명을 대상으로 재생가능에너지 교육과 태양광발전기·초소수력발전기 설치와 관리를 위한 훈련을 5월 27일부터 6월7일까지 2주 일정으로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 신문은 ECPI가 2009년부터 기후정의의 관점에서 라오스에 관심을 갖고 도교육청의 협조를 얻어 싸이냐부리 지역의 산골학교에 태양광발전기를 지원하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번 재생가능에너지 교육훈련을 포함하여 2013년도 ECPI의 지원활동은 정부차원의 대외원조활동 전담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이 예산의 일부를 후원했다. 그리고 현장에서는 싸이냐부리 도교육청과 에너지광산국, 직업학교가 활동을 지원하고, 라오스국립대학교 태양광연구소와 라오스재생에너지연구소, 썬라봅(Sunlabob)이 교육훈련을 맡아 파트너기관으로 참여한다. 


/이영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비상임연구원, <싸바이디 라오스> 저자

* 원문보기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76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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