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4일 대통령직속 녹색성장위원회는 한국의 중기(202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포함된 시나리오 3가지를 제시했다. 발표안에 따르면 정부는 2020년까지 BAU 대비 21%, 27%, 30% 감축 시나리오(2005년 대비 각각 8% 증가, 동결, 4% 감축)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그린빌딩 확대', '녹색교통체계로 전환', '녹색 공정혁신', '녹색기술 보급을 위한 제도적 지원 및 환경친화적 세제 개편', '저탄소 녹색산업 구조로의 전환'을 핵심전략으로 가져가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녹색성장위원회의 발표안은 현재의 기후변화 심각성을 외면한 것으로서 시민사회로서는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교토의정서가 규정한 목표치(선진국의 1990년 대비 평균 5.2% 감축)가 현재의 지구온난화를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Post-2012 체제에서는 큰 폭으로 감축 목표치를 상향조정해야 한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IPCC는 금세기 안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450~550ppm으로 안정화시키고 산업화 이전에 비해 지구평균 온도를 2℃로 안정화시켜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는 과학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협상의 대상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에너지․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세계 최상위권인 한국이 교토의정서에도 크게 못 미치는 감축 시나리오를 들고 나와 스스로 "획기적"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의 안이한 인식을 여실히 드러낼 뿐만 아니라, 국제적 책임을 방기하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온실가스에 관한한 우리나라와 역사적․사회적 책임이 비슷한 뉴질랜드와 스페인 등이 이미 의무감축국가군이라는 점이나 이들 국가가 역시 적은 감축목표량으로 인해 비판을 받고 있지만 그래도 전 세계 공유비전에 근접한 목표치를 발표했다는 것과 심각하게 대비된다.

  정부는 이 감축목표량이 국내 온실가스 잠재량을 고려하면 매우 적극적인 감축목표치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기후변화가 월경성 환경문제이고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공동의 원칙’을 간과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게다가 최근 UNEP나 국제적 환경단체들이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에 대해 호의적이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이 역시 국내적으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저탄소 녹색성장’의 본래 내용이 잘 전달되지 않았거나 COP 15 협상의 접점을 찾기 위해 다른 국가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려는 외교적 레토릭 정도로 볼 수 있다.

 본고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파국을 막는 것이 제1의 원칙임을 전제하고, 또한 각자의 책임과 역량을 고려할 경우 우리나라가 어떤 수준으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세워야 하는 지에 대해 시민사회가 추산한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위해 녹색성장위가 발표한 국가감축목표 설정 시나리오의 문제점과 함께, 감축목표를 설정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원칙, 그리고 우리나라의 감축 역량을 고려했을 때의 적정한 감축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제시한다. 이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온실가스 감축목표 논의의 틀을 깬 새로운 논의 프레임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한 시민사회의 의지이며, 이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기후변화와 국내 영향에 대한 진중한 토론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 본고는 국내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을 위한 시민사회위원회(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녹색연합, 청년환경센터,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의 공동 의견서이다.


[ 목 차 ]
1. 서론

2. 감축목표 설정의 원칙
 ① 전 세계 공유비전 우선의 원칙
 ② 기후정의의 원칙 1 - 감축 목표 차별화의 원칙
 ③ 기후정의의 원칙 2 - 정의로운 전환의 원칙
 ④ ‘1990’년도 기준 원칙

3. 시민사회위원회의 국내 감축목표 제언
① 기후변화에 관한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치
  ○ OECD, non-Annex I. 그러나 개발도상국과는 차별화
  ○ 큰 경제규모, 적은 인구
  ○ 높은 GHG 배출량
  ○ 높은 누적배출량
  ○ 향후 전망
 ② 시민사회위원회 감축목표안
 ③ 소결

4. 결론

5.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