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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09-12-07 20:27
'기후변화협약'은 '기후변화'에 관한 협약이 아니다.(이진우 상임연구원)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18,282  
   기후변화협약은 기후변화에 관한 협약이 아니다(레디앙 원고, 091207).hwp (32.0K) [29] DATE : 2009-12-07 20:29:14

'기후변화협약'은 '기후변화'에 관한 협약이 아니다.

-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이진우 상임연구원


지구온난화,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치달아

 기후변화협약 제15차 당사국총회(이하 'COP15')가 개막됐다. 전세계 모두가 COP15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인류 최대의 도전이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패널(이하 'IPCC')는 2050년까지 전지구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0% 이상 줄이지 않으면 기후재앙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저지대 국가 주민들은 생활터전을 빼앗긴 채 기후난민으로 전락하고 있고, 온도 변화에 민감한 생태계는 혼란에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태풍과 호우, 극심한 가뭄 등 이상 기후에 관한 뉴스가 더 이상 낯설지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전지구 온실가스 배출량은 줄어들기는커녕 1990년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인류의 폭주가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달음질치고 있는 것이다.

 더욱 우울한 것은 IPCC의 분석이 상황을 너무 낙관적으로 봤다는 연구 결과가 힘을 얻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온도 상승 속도가 너무 빨라 북극은 이미 항로가 뚫렸을 정도로 녹았고, 지구온도 유지와 해수면 상승 억제의 마지막 보루였던 남극이 녹기 시작했다. 따라서 2050년까지 전지구의 온실가스 배출량 규제를 논의하기로 한 COP15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건 당연한 결과이다.


코펜하겐에서 Post-2012에 대한 합의 가능성 불투명

 하지만 각국의 경제적 이해관계로 인해 COP15에서 최종 합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들이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며 자신들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치킨게임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협력하지 않으면 공멸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국의 이익은 놓칠 수 없다는 것이 바로 COP15를 대하는 각국의 입장이다.

 지난 1 년간의 사전 협상에서도 자국 경제우선주의가 여실히 드러났다.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올해 새로운 기후변화 협약 타결에 실패한다면 이는 도덕적으로 용서받지 못할 것이며 경제적으로는 근시안적 처사이고, 정치적으로도 현명치 못한 행위”라는 섬뜩한 호소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4차례에 걸친 실무협상은 각국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 심지어는 COP15에서 최종 합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올해는 정치적 합의만 도출하고 본격적인 협상은 내년으로 미루자는 제안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COP15은 새로운 시대를 여는 전환점이 되어야

 역설적이게도 각국이 신뢰를 저버리면서까지 COP15 논의에 소극적인 이유는 COP15가 단순히 환경협약으로서의 의미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반증이다. 지구온난화의 원인은 화석연료 연소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인데, 화석연료는 현 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대응한다는 의미는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고, 그것은 곧 우리 시대가 전환점에 섰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부 학자가 기후변화시대를 "제3의 산업혁명"이나 "문명의 전환기"라고 규정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국제 정치공학으로 시각을 넓혀보면 기후변화협약의 성격은 더욱 극명해진다. 유럽이 COP15 합의에 적극적인 이유는 현재 세계 패권을 쥐고 있고 있는 미국에 비해 기후변화대응에 유리해서 안정적으로 사회 전환을 꾀할 수 있다는 것 때문이기도 하다. 반면 미국은 부시정권이 석유마피아들과 밀착하면서 에너지 다소비체제가 고착화되었고, 기후변화대응에 관한 원천 기술의 상당수를 유럽에 뺏긴 상황이어서 대응이 여의치가 않다. 즉 다시 말해 기후변화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힘겨루기는 사실상 미래 패권을 쥐기 위한 싸움에 다름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아직 수출 중심의 제조업이 국가의 기간산업이기 때문에 생산비용과 운송비용 상승에 따른 영향을 더욱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9위라는 지표에서도 드러나듯 에너지 소비량이 매우 높은데, 대부분은 에너지를 과다 소비할 수 없는 사회구조에서 기인된다. 온실가스를 의무적으로 감축할 경우 매우 혼란스러운 전환과정을 겪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게도 역시 COP15는 국가의 전략을 결정짓는 중요한 계기인 것이다.


지구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기후변화가 가진 사회적 영향력을 감안하면 사실상 기후변화협약은 현 질서를 재편하는 사회적 전환점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하지만, COP15를 둘러싼 복잡한 셈법을 해소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야기되고 있는데다가 더 이상의 외면은 모두가 공멸하는 자충수가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COP15에서는 Post-2012체제에 대한 최종적인 합의가 도출되어야만 한다.

 게다가 기후변화는 원인 제공자가 너무나 분명하다. COP15에서 IPCC가 권고한 2050년까지 1990년 대비 최소 50%~85% 이상 감축 목표가 확정되기 위해서는 선진국이 지구온난화에 기여한 만큼의 책임을 지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선진국의 태도전환은 코펜하겐 합의를 이끌어내는 첫단추가 될 것이다. 거기에 개도국들이 부응하게 되면 합리적인 기후변화시대를 구축하는 것이 근거 없는 낙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들의 배출량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한다. 지구온난화 대응이라는 대전제가 각국의 경제 이기주의에 발목이 잡히는 상황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기후정의' 가 결론이다.

 COP15 논의에서 또 하나 반드시 수립되어야 하는 것은 '기후정의'의 원칙이다. 기후변화는 모든 국가에 동질한 영향을 주지 않는다. 국가의 지리학적 위치나 대응 역량에 따라 커다란 편차가 있다. 특히 저소득층, 농민, 노동자, 토착민들에게 기후변화는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기후변화 문제에 있어 '기후정의'를 도외시하는 것은 현재의 국제 정치․경제 시스템을 연장하려는 앙시앙 레짐에 무의식적으로 동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부 환경단체가 지구온난화 대응에는 적극적이지만 기후변화와 연결된 사회적 약자의 권리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도 이에 속한다. 게다가 이렇게 기득권 편의적인 접근 방법은 기후변화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는 개발도상국들의 이해와도 상충해 결국 기후변화에 대한 전 지구적 대응을 어렵게 할 가능성이 높다. '기후정의'야 말로 환경의 의미를 넘어서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한 COP15에 적합한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COP15가 효과적으로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고 사회적으로 정의로운 전환과정을 도출하는 시발점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과 부담을 공평하게 가져가는 원칙이 세워질 필요가 있다. 그것은 우리에게 던져진 시대적 의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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