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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17-09-18 10:27
부산을 청정 에너지 도시로 만들기 위해 (박정연)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21,006  

핵발전소가 밀집해 있는 부산.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는 지역. 이곳에서는 '클린에너지 도시' 비전을 갖고서 에너지정책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내년에는 부산에너지공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현재는 5차 지역에너지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부산에서 처음으로 지역사회가 기획하는 시민참여형 과정이 일부 도입되고 있기도 하다. 지역에너지계획의 과정, 결과와 함께 부산의 에너지전환이 어떻게 출현할지 관심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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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청정 에너지 도시로 만들기 위해
[초록發光] 우리가 원하는 에너지 전환은 무엇인가? 



* 사진: 국제신문

새 정부가 탈석탄, 탈원전을 선언하면서 에너지 전환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에너지 전환은 "효율 개선과 절약으로 에너지 수요를 줄이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에너지 체제로, 의사결정을 지역분산적이고 민주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주 내용이다. 에너지 전환의 주된 내용으로 에너지 분권, 지역에너지계획 등에 대한 논의도 여러 곳에서 진행되고 있고, 전문가의 영역이었던 에너지정책 분야에도 시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어야 한다는 '시민참여 거버넌스', '민관협치'가 지역에너지계획의 주요 키워드가 되고 있다.

현재 전국적인 사안으로 진행되고 있는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를 둘러싼 여러 논쟁들이 진행 중이다. 전력공급의 문제, 비용의 문제, 전력산업의 문제, 안전의 문제, 일자리의 문제들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부분은 한국 최대 원전단지인 고리 지역을 끼고 있는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의 에너지 전환이다.

특히 부산의 경우, 부산시장이 올해 초에 "클린에너지 도시 부산!"을 선언함으로써 새로운 변화의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부산시는 클린에너지 부산을 위해 1단계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자립률 30%를 달성하고, 2단계인 2050년까지 10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부산시는 지난 7월 1일, 에너지정책보좌관(3급)을 공채로 임명했고, 곧 이어 같은 달 24일, 에너지정책위원회를 출범했다. 

에너지정책위원회는 '부산광역시 에너지기본조례'에 따라 발족한 부산시의 공식적인 에너지정책 심의·자문기구로서 부산시장이 직접 위원장(기존 에너지위원회는 국장급이 위원장)으로 참여하고 있다. 시민단체 대표 2명을 포함해 시의원, 학계, 연구기관,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를 포함해 총 18명(발족일 7월 24일 기준)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에너지계획의 수립·시행, 에너지 절약 및 이용효율화, 신재생에너지 개발·보급, 에너지 관련 산업 육성 등에 대한 심의 또는 자문 역할을 하는 등 사실상 부산시 에너지정책을 결정하는 실질적인 기능을 할 예정이다. 

실제로 부산시는 상반기에 신청을 통해 4군데의 '친환경에너지 마을'을 선정했다. 또한 부산시 교육청, 한국에너지공단과 함께 태양광 설치를 비롯해 건물효율 향상, 그리고 에너지 교육을 진행할 '클린에너지 학교 사업'도 시작했다. 기장군 고리에서 해운대 청사포까지 이르는 대규모 해상풍력단지 개발계획(5MW, 108기 건설)과 약 4,000억의 예산을 들여 수소연료전지 발전시설 건설을 진행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한국에너지공단) 공모 사업에도 선정되어, 기장군과 영도구에 신재생에너지 융복합시설 구축에 32억 원의 지원을 받는다. 또 한국산업단지공단, 부산도시가스와 함께 '지역에너지 신산업 활성화 지원사업' 공모에도 선정되어 47억 원의 사업비를 확보해, 강서 산단에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보급하고 전국 최초로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 기술을 접목한 통합관제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그리고 전문성과 추진력을 갖춘 에너지정책 실행을 위해 "부산에너지공사"를 내년 7월에 설립할 예정이다.

언급한 "클린에너지 도시, 부산!"이라는 이름의 부산시 에너지정책은 오래 전부터 에너지자립을 위해 노력해 온 서울시와 다른 지역의 에너지계획과 비교해 여러 가지 고민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우선 부산시장의 의지와 추진력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고 강력하다. 탈석탄, 탈원전, 에너지 전환을 주장하고 있는 정부 여당보다 더 진취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있고, 많은 사업들을 실제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제시한 목표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목표인지, 내년 지방선거를 위한 선심성 공약인지에 대한 비판이 존재하며, 목표를 향해 급속하게 진행되는 정책 사업들에 어떤 오류와 문제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두 번째는 에너지정책위원회의 실질적인 역할이다. 위원들 대부분이 교수진, 사업체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고 바쁜 시민단체 활동가들이라, 몰입해서 시민들을 위한 지속가능한 에너지정책을 고민하고 결정하고, 대안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 출범 첫날 에너지정책위원회 회의에서 시민운동을 오래했던 한 분은, 위원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지속적으로 에너지정책에 대해 논의할 것을 직접적으로 시장에게 요구하기도 했다. 에너지정책위원회 위원들이 의지를 가지고 자기의 역할을 해내지 않는다면 결국 이전과 비슷하게 부산발전연구원과 공무원이 제안한 사업의 시행을 허락하는 들러리 역할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세 번째 문제는 산업인프라 구축을 주 내용으로 하는 전력공급정책 중심의 진행방향이다. 기본적인 정책 목표인,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을 높이기 위해 공급 중심적 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적극적인 수요관리를 위해 고민하는 흔적이 잘 보이지 않는다. 신·재생에너지 확대라는 목표에 매몰되어 누구를 위한, 누구에 의한 에너지전환인지에 대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 구, 군, 동 단위의 수요자가 생산자가 되는 시스템이 아니라, 자본을 가진 대기업에 편중된 에너지산업구조가 그대로 이어진다면 진정한 에너지 전환이라 하기는 어렵다. 또 산업설비 중심의 공급정책은 지역 내에서 지역민들과 갈등상황을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공유재인 햇빛과 바람을 이용하는 재생에너지 사업이라면, 지역민에게 그 이익이 돌아가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에너지 절약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수요관리를 넘어서는 좀 더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에너지ㅍ전환 노력이 필요하다.

네 번째는 가장 중요한 시민 참여의 문제이다. 지역의 협동조합이나 마을운동을 통해 에너지 자립을 이루고, 그 풀뿌리를 지원하고 함께 성장해 온 서울시와 달리 부산시의 에너지정책에는 시민이 잘 보이지 않는다. 부산시장은 지난 5월 '클린에너지시민대토론회'에서 "클린에너지 정책은 주민 수용성과 참여가 전제되지 않으면 추진하기 어려우므로, 시작 단계부터 시민, 전문가 등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여 정책을 수립 시행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부산시는 앞서 말했던 에너지정책위원회를 '시민 중심의 거버넌스'라 칭하고 있다.

한두 군데의 에너지 시민단체들이 부산발전연구원이나 학교 클린에너지 정책에 함께 하고 있지만, 시민단체의 적극적인 요구가 아니라, 부산시나 부산발전연구원의 요청으로 인한 수동적인 참여에 그치고 있다. 부산의 경우, 고리 1호기 폐쇄운동과 신고리 5, 6호기로 이어진 탈핵운동에 집중한 탓에 에너지 전환에 대해 먼저 고민하고 정책적인 대안들을 제안할 만한 역량을 가진 시민단체가 많지 않다. 에너지자립률 180%인 부산에 거주하는 시민들도 에너지자립에 대한 고민이 깊지 않다. 그러다보니 시민단체들이나 정당들도 부산의 지역에너지정책이나 에너지자립에 구체적인 전망과 비전이 없는 상태다. 주도적으로 시민참여를 이끌어 내야할 시민사회단체가 이런 상태라면, 부산시가 제대로 된 에너지정책을 수립하고 진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감시와 견제와 대안 제시의 역할을 누구도 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에너지복지의 문제가 남아있다. 부산시의 4차 지역에너지계획에는 이와 관련한 사업이 보일러 배관 청소와 연탄쿠폰을 지급하는 것이었다. 하반기 계획에는 저소득층을 위한 도시가스 배관 우선 설치, 도시가스 요금할인, LED조명 교체, 65세 이상 독거노인 가스안전밸브 설치 지원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전보다 나아진 정책이라 여겨지지만, 이런 단편적인 지원을 넘어, 장기적으로 좀 더 안정적이고 깨끗한 에너지를 어떻게 적절한 가격에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 

지역에너지정책이 제대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단체장의 의지, 예산, 제도, 전담조직과 인력, 지역에너지계획, 거버넌스 등이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항목이 단체장의 의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단체장의 '단순한' 의지가 아니라 '어떤' 의지인지가 더 중요하다. 에너지 전환의 후발주자인 부산의 에너지정책이, 시민이 빠지고 독주하는 단체장의 의지로 진행된다면, 에너지전환 본연의 의미에서 더 후퇴되는 정책이 될 수도 있다.

앞에서 언급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시장의 "클린에너지 도시, 부산!"의 속도를 늦춰야 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에너지 전환을 미루자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 한다. 이와 함께 시민사회단체들의 적극적인 준비와 대응도 필요하다.

에너지 전환은 단순히 에너지원을 바꾸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에너지 전환마저도 산업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을 제거하는 일이고, 시스템을 바꾸는 일이다. 이제는 '우리가 원하는 에너지 전환은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함께 만들고, 같이 나누는 클린에너지 도시, 부산!"을 간절히 소망한다.  

/ 박정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 초록발광은 프레시안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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